Issue 102, Mar 2015
“나는 이제 죽었다”는 전언은 어디로 가야하나
U.S.A
Know My Name, Australian Women Artists 1900 to Now
2015.2.6-2015.5.3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시간들은 지나가고/날들이 지나간다./하나의 성과가 남는다./단지 살아 있다는 것.”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구겐하임미술관의 로툰다(rotunda)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노라면, 한 사람의 나날이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작품이라는 형식을 빌어 고스란히 펼쳐진다. 단정하게 그려내고 추려낸 매일 매일의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던 온 카와라(On Kawara). 데이빗즈워너갤러리 홈페이지에 나오는 작가의 이름 옆엔 여느 작가처럼 생몰연도가 표시되지 않는다. 대신 ‘29,771일들’이라고 그가 지구에서 보낸 매일들의 합이 적혀있다. 2014년 6월에 사망한 정도가 알려졌을 뿐, 정확한 사망일자와 사망사유는 모두 비공개다(사망일자를 내보낸 기사들도 많지만, 모두 약간의 오류가 있다). 그런데 그가 지구에 머문 날들의 숫자는 정확히 계산하는 게 가능한가? 이만 구천 칠백 칠십 일일. 714,504시간. 42,870,240분. 자꾸 자꾸 시간을 나눠 보게 된다. 그리움의 폭을 늘리려는 모양이다.
● 이나연 미국통신원
'Title' 1965 Acrylic on canvas, triptych Left panel:117.8×155.9cm; center panel:130.2×159.4cm; right panel: 117.5×155.9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Patrons’ Permanent Fund